―죽은 새 시체를 보며 인간의 죽음을 연상했다는 건 우습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이 드는 걸, 나도 쓸모없다 느끼신다면 저런 허망한 죽음을 맞게 내버려 둘 건가요?
꼭 이 어두운 여명을 닮은 이름을 지녔던 짐승이 숨 없는 시체가 되어 아무렇게나 발치에 널브러져 있다. 힘차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던 젊은 두 날개를 기억한다. 땅을 박차고 올곧게 뻗어 나가던 힘찬 두 다리를 기억한다. 이상할 정도로 결이 좋아, 먼지 한 톨 앉지 않아 우아했던 검은 깃털들을 기억한다. 모든 것들이 생의 반증이었다. 그러니 그 증거들 도망쳐 나간 육신은 공허할 따름이지. 영혼의 무게 21g, 너는 그만큼 가벼워진 거니? 희멀겋게 반절 뜨인 눈이 병상에 누워 올려다보았던 전등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죽은 육신에 애도를 표한다 하여도, 아, 정말 유감스럽게도 슬픔과 아쉬움은 하나 느껴지지 않는구나.
다만 머릿속을 맹렬히 휘젓는 것은 공포라는 감정 하나일 따름이다.
삼켰다 내뱉는 단순한 동작, 숨소리가 태풍 소리마냥 커져 귓가를 울린다. 볼 붉은 생의 기운 하나 없이, 야트막하게 부는 바람에도 자신의 몸 가누지 못 하고, 피 돌지 않아 생기 없는 눈동자를 희멀겋게 뜨며, …죽는구나. 저렇게 죽고 싶지 않아. 의미도 모른 채 살아버린 몸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아. 동경하여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 없는 이가 주었던, 그 첫 번째 선물이었음에도 저것을 만지고 싶지 않아 지레 뒷걸음질만을 친다.
놓아 두면 누군가 처리해 줄까? 저 더럽고 경멸스러운, 썩어날 것을 내 손으로 만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저것, 내가 처리하지 않으면 감히 누가 내 것에 손을 댄다는 거지? 그 분이 준 것이라면 무엇 하나 빠짐 없이 내가 마지막을 처리해야 할 터인데. 수십 가지 갈래로 뻗어나간 생각이 안쪽에서 바깥으로 두개골을 쿡쿡 찔러댄다. 아프지 않을 머리가 아프다. 환상인 것을 안다. 아프다고 느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헛구역질이 올라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살아있는 육체는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만을 유지했지만.
새벽의 죽음을 보고 있자니 납득가지 않는 감정이 붙잡고 있는 이성을 좀먹어 버릴 것 같아, 신발코도 지팡이 끝도 하나 대지 않은 채 뒤돌아 뛰쳐 나가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시체의 감각이 심장을 무겁게 눌러오는 느낌이다. 죽은 이의 얼굴을 본 것처럼, 이 생의 허망함을 명백히 받아 마신 기분이 들었다. 도리어 머릿속은 더욱 더 차게 식어갈 뿐이다.
사람의 인생은 결국 선택의 연속일 뿐이라고.
나의 선택이 아니라, 선택받는 것의 연속일 뿐이라고.
어디선가 보았던 구절이 머릿속을 스친다. '저것'들은 선택받지 못 한 생명이다. 다만 하필이면 이 시기 견고한 성으로 날아와야 했던 그들의 운명, 운.
운, 일, 사랑, 운명, 그 외 수없이 많은 주동자들. 수많은 것들이 나를 가리키지 않았으나 단 한 명의 주동자만 나를 가리키고 있으면 된다고.
그리 영원하지 않은 일생의 인연 하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얼굴이 뚜렷하여 지금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주먹 쥔 운명의 아이에게 의도 않았던 동앗줄을 내려준 사람, 멍청하고 우둔하게도 그 순간의 행복을 나는 운명이라 칭했다. 다만 맹목한다. 그러니 제발 내 죽음 찾아오는 순간, 짐승 버려진 것처럼 날 버리지만 말아 달라고. 썩어버릴 육체를 썩어나게 두지 말아 달라고. …….
결론은 하나였다.
쉽게, 나는 결코 죽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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